[기고] AI가 감시한다? 마약류 처방, 의료진이 알아야 할 법적 기준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정부의 관리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7월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365일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프로포폴 등 중독·오남용 우려가 높은 의료용 마취제에 대한 특별감시를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투약내역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오남용이나 불법유출이 의심되는 이상징후를 선별하고 이를 현장점검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감시체계가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의료기관으로서는 단순히 "마약류를 적법하게 처방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구에게, 어떤 질환으로, 어느 정도의 용량을, 얼마나 오랫동안 처방했는지에 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되는 환경에서 진료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료진은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I가 이상징후를 발견하면 곧바로 불법 처방일까 먼저 명확하게 구별할 부분이 있다. 특정 의료기관의 프로포폴 사용량이 많거나 동일 환자에게 졸피뎀이 장기간 처방되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마약류관리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용 마약류는 오남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되는 의약품인 동시에 치료를 위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따라서 처방량이 많다는 통계적 사실과 개별 처방이 위법하다는 법률적 판단은 동일하지 않다. AI 상시 모니터링의 중요한 기능은 방대한 마약류 취급정보 가운데 일반적인 패턴과 다른 이상징후를 찾아내 점검대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선별하는 데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상징후가 확인되어 행정조사나 수사로 이어지면 의료진은 결국 해당 환자에게 그 의약품을 처방·투약할 의학적 필요성이 있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기관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단순히 처방량이 많은 경우라기보다 처방량은 많은데 진료기록에서 그 이유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의료용 마약류, 무엇이 규제되는가 의료진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할 때에는 몇 가지 문제를 구분하여 살펴야 한다. 첫째는 의료 목적과 처방의 적정성이다.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의료 목적으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 목적을 벗어난 투약이나 처방, 오남용이 의심되는 반복·과다 처방 등은 마약류관리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식약처는 프로포폴, 졸피뎀, 식욕억제제,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등 오남용 우려가 높은 성분에 대하여 별도의 안전사용 기준을 마련하여 적정 처방을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진은 단순히 허가된 의약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방하기보다 적응증, 1회 투여량, 1일 투여량, 투약기간, 병용 여부 및 환자의 과거 투약내역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식약처의 안전사용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처방이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준과 다른 처방이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전사용 기준을 형식적으로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처방이 적법해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개별 환자에게 해당 처방이 필요했던 의학적 근거와 실제 진찰 내용이 핵심이다. 졸피뎀까지 확대된 투약내역 확인, 처방 전 확인절차가 중요하다 2026년 6월 19일부터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제도의 대상 성분에 졸피뎀이 추가됐다.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제도는 의사가 처방하기 전에 환자의 과거 1년간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을 확인하여 여러 의료기관을 돌며 동일·유사 약물을 처방받는 이른바 '의료쇼핑'이나 과다·중복 처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의료진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의료용 마약류에 동일한 확인의무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상 성분별로 확인이 법적 의무인지 권고사항인지 구분하여야 하고, 제도가 변경될 때마다 현재 자신이 처방하는 약제가 어느 범주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동일한 성분을 처방받은 사실이 확인되거나, 여러 의료기관에서 단기간 반복 처방받은 내역이 확인된다면 이를 무시한 채 종전 처방을 반복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는 어떤 약제를 처방할 때 투약내역을 확인해야 하는지, 누가 확인하고 어디에 그 결과를 기록할 것인지를 내부 절차로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불면증'이라는 한 줄의 기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의료용 마약류 사건에서 결국 중요한 자료는 진료기록이다. 예를 들어 졸피뎀을 장기간 처방한 환자의 의무기록에 매 방문마다 'insomnia' 또는 '불면증'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실제로 환자의 불면이 심해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했더라도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같은 용량의 처방이 반복된 이유를 기록에서 확인할 수 없다면 조사 단계에서 처방의 의학적 필요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반복·장기 처방 환자에서는 단순히 진단명만 기록할 것이 아니라 증상의 지속 여부와 정도, 이전 처방에 대한 효과, 이상반응, 다른 치료방법의 시행 여부, 용량 유지·증량·감량의 이유, 계속 처방할 필요성 등이 기록에서 확인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환자가 조기 처방이나 용량 증량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거나 약을 분실했다고 주장하며 재처방을 요구하는 경우, 여러 의료기관의 처방내역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정과 의료진의 판단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프로포폴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시술명과 투약량만 남길 것이 아니라 어떤 시술을 위해 진정이 필요했는지, 반복 투여가 이루어졌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환자의 상태와 투약경과는 어떠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록의 양이 아니다. 나중에 제3자가 기록을 보더라도 당시 의사가 왜 그 처방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처방이 적정해도 NIMS 보고가 잘못되면 별개의 문제가 된다 의료진이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적정하게 처방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료용 마약류에서는 처방의 적정성과 취급보고의 적정성이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질 수 있다. 마약류취급자는 마약류의 구입·사용·투약·조제·양도·양수·폐기 등 법령에서 정한 취급내역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실제 투약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NIMS 보고가 누락되거나 실제 사용량과 보고량이 다르거나, 장부상 재고와 실제 재고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프로포폴 등 주사제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EMR에는 1바이알을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NIMS에는 다른 수량이 보고되어 있거나, 사용 후 남은 마약류의 폐기 과정이 확인되지 않거나, 실제 보관재고와 시스템상 재고가 지속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행정착오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EMR 처방량 → 실제 불출량 → 실제 투약량 → 잔량·폐기량 → NIMS 보고량 → 실제 재고량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위반하면 무엇이 문제될까 의료용 마약류 관리 위반은 유형에 따라 마약류관리법에 따른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문제될 수 있고 마약류취급업무 정지 등 의료기관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처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의료 목적을 벗어나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불법 취급, 허위·거짓보고나 반복적인 보고의무 위반 등은 사안에 따라 형사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의료기관이 환자를 실제로 진찰하지 않았음에도 마약류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처방하는 경우, 의료인의 자가투약이 금지된 성분을 스스로 투약하거나 자신을 위한 처방전을 발급하는 경우 등은 별도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는 마약류 관련 문제를 단순히 '처방량 관리'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처방의 의학적 필요성, 환자 확인과 진찰, 투약내역 확인, 실제 투약, 취급보고, 보관·재고 및 폐기까지 하나의 관리체계로 보아야 한다. 의료기관이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AI 상시 모니터링 시대에 의료기관이 해야 할 것은 처방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다. 우선 의료기관에서 현재 사용하는 의료용 마약류의 목록을 만들고, 약제별 최신 안전사용 기준과 투약내역 확인 대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최근 일정 기간의 처방내역을 자체적으로 점검해 장기처방, 고용량 처방, 단기간 반복처방, 조기 재처방, 다기관 중복처방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선별하고 진료기록에 그러한 처방을 설명할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EMR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반복 처방 환자에 대해서는 증상과 치료효과, 이상반응, 투약이력 확인 여부, 처방을 유지·변경한 이유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하고, 고위험 처방이 이루어질 경우 의료진에게 이를 알리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프로포폴 등을 직접 보관·투약하는 의료기관이라면 NIMS 관리도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 실제 재고와 시스템상 재고를 정기적으로 대조하고, 차이가 발생하면 원인을 확인하여야 한다. 폐기 절차와 담당자도 명확히 정해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업무를 특정 직원 한 사람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의사, 간호인력, 원무담당자, 마약류 취급·보고 담당자가 처방-투약-보고-재고-폐기까지 동일한 기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내부 업무절차를 정비하고 정기적으로 자체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AI 시대, 중요한 것은 '적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처방'이다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의료진이 필요한 처방까지 지나치게 위축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AI 상시 모니터링의 취지를 '마약류를 많이 처방하는 의사를 처벌하는 제도'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데이터는 이상징후를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개별 처방의 적정성은 결국 환자의 상태와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을 통해 평가되어야 한다. 다만 그 판단은 사후의 기억이나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의료진이 "당시에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처방이었다"고 설명하는 것과, 진료 당시 작성된 기록에서 그 판단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료진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얼마까지 처방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왜 이 환자에게 이 약을 이 용량으로 이 기간 동안 처방했는지를 기록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이다. AI를 활용한 의료용 마약류 상시 모니터링이 시작된 지금, 의료기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조건 처방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한 처방을 하되, 그 의학적 판단에서 실제 투약, NIMS 보고와 재고관리까지 전 과정이 기록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기고| 법무법인 대륜 윤소영 변호사 [기사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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