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1

법무법인 대륜 황보영 변호사 칼럼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던 홈플러스가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수혈받으며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취소를 이끌어내 기사회생했지만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법조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기업의 존폐 자체보다 회생절차 과정 혹은 최악의 경우 파산 시 벌어질 대규모 채권 정리 절차다. 체불임금과 협력업체 납품대금 등 1조 원대 규모의 채권이 얽힌 이번 사태는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생존이 걸린 '채권 회수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까스로 파산 위기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서 여전히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잠재적 리스크는 ‘견련파산(牽連破産)' 절차다. 견련파산은 향후 회생절차가 다시 폐지될 경우 곧바로 파산절차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두 절차를 연속적으로 이어 채권자의 권리관계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도다.
기업이 최악의 상황에서 견련파산을 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익채권의 우선순위를 유지해 사회적 파급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회생절차에서 발생한 공익채권은 근로자의 임금이나 회생절차개시 이후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공급된 물품대금처럼 기업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한 채권을 뜻한다. 이런 채권은 일반 회생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받는데, 견련파산은 이러한 우선순위를 파산절차에서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활용된다.
2000억 자금이 긴급 수혈됐지만 현재 홈플러스에 현금성 자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잔여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문제는 이 부동산 자산들에 이미 금융권 등 선순위 채권자들의 막대한 담보권(별제권)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도산법상 파산 절차에서도 담보권자는 파산 절차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우선 행사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반면, 무담보 상태의 일반 협력업체나 후순위 채권자들은 담보권 실행 이후 남은 잔여재산을 두고 배당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조에 놓인다.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고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여 자산 매각 및 배당 절차를 진행하겠지만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대규모 부동산은 매각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배당이 이뤄지기까지는 자산 매각과 채권 조사, 배당표 확정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파산관재인이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이루어진 편파변제를 취소하는 '부인권'을 행사하거나, 채권의 권리확정을 둘러싼 '채권조사확정재판' 등 법적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와 같이 홈플러스 사태는 거래처의 유동성 위기가 기업에 치명적인 연쇄 도산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거래처의 유동성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금 지급 지연, 과도한 재고 매입 요구, 납품 일정의 반복적인 변경 등 여러 신호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징후가 확인된다면 거래기업은 단순히 상황을 지켜보기보다 채권 보전을 위한 법적 조치를 즉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물품 대금 채권에 기한 가압류는 물론, 추가적인 담보를 확보하거나 채권양도계약을 통해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갖춰두는 등 물리적 회수 가능성을 높여두어야 한다. 특히 파산하는 거래처에 대해 채권과 채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상계금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상계권'을 행사해 채권을 상쇄시키는 것도 방어 수단 중 하나다. 다만 상계적상의 시기나 채권·채무의 발생 시점에 따라 상계가 제한될 수 있어 사전에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거래처의 도산 위험이 감지된다면 채권의 성격을 정확히 분석하고 가압류, 상계권 행사, 담보 확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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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수혈’ 홈플러스 견련파산 리스크가 남긴 법적 과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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