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3

헬스장 회원권, 여행 상품,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등 일상 속 대부분의 계약에는 약관이 포함된다. 분쟁이 발생하면 사업자는 "계약서와 약관에 이미 명시돼 있었다"는 이유를 들며 책임을 부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약관에 기재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조항이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대륜 김광덕 변호사는 "약관은 사업자가 미리 작성한 계약 내용인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일정한 법적 제한을 받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하거나 공정성을 잃은 조항은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나 일반 소비자가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 계약의 본질적인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단순히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의 형평성을 현저히 해쳤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사업자가 약관을 통해 책임을 면제하려는 경우에도 법적 한계는 존재한다. 약관법 제7조는 사업자 또는 그 이행보조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거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행사 취소와 관련해 '천재지변 시 환불 불가'라는 조항이 있더라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사업자의 관리 소홀이나 운영상 과실이 인정된다면 해당 면책 조항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에도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사업자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환불 규정이나 위약금처럼 소비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 사업자는 해당 약관을 근거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내용이나 소비자가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사항은 설명 의무의 예외로 인정될 수 있다.
불공정한 약관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반드시 소송만이 해결 방법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심사를 청구하거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약관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는 소송보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절차라는 장점이 있다. 다수의 소비자가 동일한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이나 공동 대응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권리 구제를 시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광덕 변호사는 "소비자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약관을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약관이라도 법이 정한 공정성 기준을 벗어난다면 효력이 제한될 수 있는 만큼,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약관 내용과 적용 방식이 적법한지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넷뉴스 박정우 기자(woo@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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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보세요”라는 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불공정 약관, 소비자 보호 장치 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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