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2
![[시대추적]절단 다리 쓰레기로 내다버린 요양병원 미스터리](/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622084525159.webp&w=3840&q=100)
①종합병원 응급실 놔두고 병실에서 다리 절단?
②절단한 다리를 자원봉사자가 임의로 배출?
③다리 괴사 알고도 대형병원은 환자 내보냈나?
지난 10일 인천 송도의 한 생활자원회수시설 폐기물 쓰레기장에서 재활용품 선별 작업 도중 절단된 사람의 왼쪽 다리 일부가 발견돼 도시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발견된 다리의 길이는 41cm, 발 크기는 210mm로, 비교적 왜소한 체구의 토막 신체였기에 강력범죄 가능성을 두고 대규모 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선 '젊은 여성의 시신이다', '학생의 다리다'라는 각종 괴담이 번졌다.
경찰조사 결과 절단된 다리는 인천 중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9세 여성 환자 A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무릎이 거의 분리됐을 정도로 괴사 상태가 심해 요양병원 병실에서 응급 절단 수술을 진행한 뒤 청소 자원봉사자의 실수로 절단된 다리가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담겨 생활자원회수시설까지 흘러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엽기적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①바로 옆 종합병원 응급실 놔두고 요양병원 병실에서 다리 절단?
지난 19일 '동행미디어 시대' 기자가 찾아간 인천 중구 B요양병원은 평온한 듯 보였지만 경계심이 한껏 높아져 있었다. 병원장을 만날 있는지 물었지만 '지금은 힘들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A씨나 보호자에 대해서 묻자 "A씨가 입원해 있다는 사실 말고 다른 건 알려드릴 수 없다"고 했다.
B요양병원 지하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분리수거 쓰레기장은 말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해당 요양병원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다른 요양원의 주차장 내부에 환자들의 병원 기록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는 것과는 대조됐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납득하기 힘든 점은 수술실도 없는 요양병원에서 다리 절단 응급 수술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의) 다리 괴사가 상당히 심해 다량의 고름이 나왔고 신경 자체가 손상돼 (절단할 때) 마취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면서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무릎이 분리된 상태였고 뒷부분을 가위로 절단했다"고 밝혔다.
수술실이 없어 일반 병실에서 마취도 하지 않고 가위로 다리 절단 수술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의사는 "아무리 괴사가 심하고 신경이 죽었다 하더라도 남아있는 혈관을 정확히 지혈해줘야 추가적 손상 없이 수술을 마무리할 수 있다"며 "더욱이 감염을 막을 아무런 시설도 없이 절단 수술을 했다면 자칫 패혈증 등 더 큰 감염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은 환자에게 위급한 일이 생기면 책임을 지기 싫어서라도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사건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B요양병원의 응급 처지 결정에 더 큰 의문이 남는 건 B요양병원 바로 옆 건물에 C종합병원 응급실이 있기 때문이다. C종합병원 관계자는 "B요양병원에서 환자 상태가 안 좋으면 우리 병원 응급실로 의뢰하곤 하는데, 이번 사건에 대해선 저희가 파악한 게 없다"고 말했다. B요양병원에는 신경외과 의사 1명, 일반외과 의사 1명, 한의사 2명 등 모두 의사 4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등재돼 있다.
②절단한 다리를 자원봉사자가 임의로 배출?
절단된 다리를 청소 자원봉사자가 의료용 깁스로 오인해 일반 폐기물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는 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의료 폐기물은 다른 폐기물과 달리 감염 우려가 높아 전용 용기에 담고, 전자태그(RFID)를 달게 돼 있다. 의료 폐기물이 전용 차량을 통해 운반되고, 전문 업체를 통해 소각 처리되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전자태그를 통해 의료 폐기물의 종류와 배출량, 배출자 등도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의료 폐기물보다 감염 우려가 높은 괴사한 절단 다리는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청소 자원봉사자의 손을 거쳐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담겨 배출됐다. 의료 폐기물 처리 과정이 부실 투성이였다는 얘기다.
폐기물 쓰레기장 현장에서 절단된 다리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생활자원회수시설 시설관리팀장은 '동행미디어 시대' 기자를 만나 "다리 모양의 물체가 붕대에 감겨 있었는데, 마네킹과 같은 물체와는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③다리 괴사 상태 알고도 대형병원은 환자 내보냈나?
또 다른 의문점은 A씨가 한 대형병원에서 B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정확히 1주일 만에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괴사가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경찰은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전원한 것은 6월 1일이었고, 입원 당시 이미 (다리가) 완전히 괴사한 상태였다"며 "절단은 6월 8일 (요양병원) 해당 병실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형병원은 A씨의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원 밖으로 내몬 것이 된다.
장세창 법무법인 대륜 수석변호사(의사면허 보유)는 "절단 수술을 해야 할 상태라는 것을 대형병원이 알았다면 수술을 진행한 뒤 어느 정도 회복기를 거쳐 요양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다만 급격하게 괴사가 진행됐을 수도 있어 어느 병원에서 경과 관찰을 잘못한 것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은 환자의 재원일수(입원 기간)가 길어질 경우 수가 체계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수가 구조가 A씨의 퇴원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전문위원은 "요양병원은 원칙적으로 수술을 하는 병원이 아닌 데다 포괄수가제여서 수술을 한다고 보상이 따르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대형병원에 입원하긴 힘든데 수술이 필요한 노령 환자를 위해 적절한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에 한해 정부가 수술실 설치나 감염 관리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병원에서 연계 병원 없이 퇴원 절차를 밟은 고령의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감염 위험을 무릎쓰고 수술실이 아닌 병상 위에서 다리 절단 수술을 받고, 절단된 부위가 의료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담겨 내다버려진 이번 사건은 초고령 사회에서 환자 관리의 총체적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요양병원의 불가피한 의료행위는 어디까지인지, 관리 책임은 얼마나 져야 하는지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되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아현 기자 (choah@sidae.com)
최혜승 기자 (hsc@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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